시리언니의 블로그

시리의 뇌파이야기

  • 2025. 5. 22.

    by. 시리언니

    목차

      생리 전, 감정은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릴까?

      생리 전 며칠, 유독 작은 일에 예민해지고 평소 같지 않게 감정이 출렁이는 경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저 역시 생리 전 일주일 동안은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들쭉날쭉한 상태가 됩니다. 예전에는 이게 단순히 “호르몬 탓이겠지” 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감정의 변화는 정말 단순히 호르몬 때문일까요? 혹시 뇌의 신호체계, 즉 뇌파의 변화가 그 감정 기복에 더 깊이 관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궁금증은 저를 하나의 실험으로 이끌었습니다. PMS 기간 중 나의 뇌파와 감정 상태를 기록해 보기.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시선으로 ‘감정 기복’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뇌파는 감정의 거울인가?

      뇌파는 말 그대로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입니다. 우리의 감정, 집중, 스트레스, 이완 상태는 모두 뇌파의 패턴에 따라 변화하죠.

      일반적으로 뇌파는 크게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도 감정에 깊이 관여하는 알파파, 세타파, 베타파가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 알파파: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할 때 나오는 뇌파
      • 세타파: 무의식, 감정 회복, 창의적 사고와 연결
      • 베타파: 활동성과 불안, 긴장감에 밀접한 관련

      그렇다면 생리 전에는 어떤 뇌파가 두드러지게 변화할까요?

       

      생리 전에 감정이 요동치는 이유|뇌파 변화로 보는 PMS의 과학

      PMS와 뇌파 변화의 상관관계

      여성의 월경 주기 중, 배란 후부터 생리 전까지의 기간을 흔히 '황체기'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는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다시 감소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이때 감정 기복, 우울감, 예민함, 피로, 수면장애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를 총칭해서 PMS(Premenstrual Syndrome)라고 합니다. 과학적인 연구들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여성의 뇌에서는 베타파의 비정상적 활성화가 증가하고, 알파파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됩니다.

      📖 참고 논문:
      "Changes in resting-state EEG during the menstrual cycle", Brain Research (DOI: 10.1016/j.brainres.2009.03.041)

       

      실제로 제가 뇌파 측정기기를 통해 측정한 생리 5일 전의 기록에서는 평소보다 베타파가 높은 비율로 유지되었고, 이완 상태를 보여주는 알파파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조급하고, 과도하게 분석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도 함께 동반됐죠.

       

      즉, 감정이 출렁이는 것이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뇌의 전기 신호 상태가 바뀌고 있다는 생리적 근거가 있었습니다.

       

       

      감정 기복을 완화하는 생활 속 뇌파 조절법

      감정이 쉽게 흔들릴 때, “이건 뇌파 때문이야”라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 상태를 피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부드럽게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직접 시도해 본 뇌파 안정화 루틴을 공유드릴게요.

      1. 알파파 유도 호흡

      • 4초 숨 들이마시고, 4초 멈췄다가 6초 내쉬기
      • 10분간만 해도 이완 뇌파가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 뇌파 명상앱 활용

      • ‘브레인웨이브 35Hz’, ‘Calm’ 앱 활용
      • 알파파 유도 사운드를 배경으로 가볍게 눈을 감고 있으면, 신기할 정도로 감정이 정돈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3. 카페인 섭취 줄이기

      • PMS 시기에는 베타파가 과활성화되기 쉬우므로, 카페인은 뇌를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
      • 커피를 줄이자 오히려 집중력이 향상되고 감정 폭이 줄어들었습니다.

      4. 따뜻한 족욕 + 조도 낮추기

      • 세타파가 자극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명을 약간 어둡게 하고 족욕을 했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느긋해지는 느낌을 받았죠.

       

       

      뇌파는 내 감정을 ‘해석하는 도구’다

      이 실험을 통해 저는 단순히 “기분이 안 좋아”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고 지나치던 감정의 기복을, 생물학적이고 뇌리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리 전 감정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메커니즘 위에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감정은 뇌파라는 신호의 언어로 기록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언어를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했죠.

       

      예전에는 감정의 변화에 휘둘렸습니다. 그 시기의 나는 평소와 달랐고,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PMS 뇌파의 변화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리듬일 뿐이며, 그 변화는 나의 일부일 뿐이지,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생리 전 감정 변화가 심할 때, 우리는 종종 '내가 이상한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고 자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뇌파의 패턴 변화라는 생리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은 결코 '이상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주기'였습니다. 오히려 이 리듬을 이해하고 관찰하면, 내 몸이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 더 섬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생리 전 일주일을 ‘경계하고 피해야 할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주간’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시기의 나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쉬게 해주려 노력하죠. 감정 기복을 억지로 눌러놓기보다는, 그 기복의 물결 위에서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천천히 관찰합니다. ‘감정은 뇌의 언어’라는 이 단순한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자, 놀랍도록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벅차오를 때마다 '내 안에서 베타파가 활발해지고 있구나', '지금은 알파파를 유도해 볼 타이밍이야'라고 생각합니다. 그 인식만으로도 내 안의 감정이 더는 불안정한 것이 아니라, 내가 다룰 수 있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정리하자면, 뇌파는 단순한 과학 용어가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는 렌즈입니다. 특히 PMS 시기의 뇌파 변화는 단지 생리적인 현상을 넘어서, 우리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열쇠가 되어줍니다. 이 열쇠를 쥐게 된 이후로 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롤러코스터를 타고 흐름을 따라가되, 끝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바라봅니다.

       

      앞으로도 생리 전 감정 변화는 반복될 것입니다. 뇌파도, 호르몬도, 외부 자극도 결코 완전히 내 통제 안에 들어오진 않겠죠.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 흐름을 읽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 감정을 '이해하는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건 마치 내가 나를 위한 번역가가 된 것과 같습니다. 감정이라는 복잡한 언어를 해석해 주고, 그 언어가 말하고자 하는 본심을 들려주는 것. “괜찮아, 너는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중이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 한마디를 내 안의 감정에게 속삭일 수 있게 된 것, 그게 제가 이 실험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지금도 감정이 흔들릴 때면, 저는 이렇게 다짐합니다. “나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관찰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제 감정은 나를 휘청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자극이 되어줍니다. 생리 전 감정 변화가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내가 그 시기를 나답게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 의료·건강 면책 조항
      본 글은 뇌파·학습 관련 일반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전문적 의료·심리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인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건강·수면·스트레스 문제는 반드시 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글 활용에 따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